신증후군이란 이 녀석과 동고동락한지도 어느덧 두 달이 지났군요. 처음에는 신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고 나서 막막했었죠. 병원에서 저염식을 하라고는 하는데 도대체 어떤 음식들을 먹어야 하는지, 도무지 감이 안 잡히더군요. 저염식을 두 달 동안 하고 있는 지금에 와서야 느끼는 거지만 역시 사람은 어떤 환경에서든지 적응하는 동물인가 봅니다. 이제는 마치 당연한 일인 듯이 자연스럽게 소금을 거의 넣지 않고 요리해 먹고 있으니 말이죠.
신장 질환 환자들의 식단은 저염식·저단백을 기반으로 합니다. 요즈음에는 여성분들이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저염식을 많이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신장 질환 환자들의 저염식은 이런 다이어트와는 달리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적 사항인 것이죠.
그럼 저염식은 어떤 방법으로 해야 하는지, 그냥 소금을 적게 넣고 싱겁게만 먹으면 올바른 저염식을 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 겁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하루 권장 나트륨 섭취량은 2,000mg라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국민의 하루 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4,878mg라고 하는군요. 거의 기준의 2배 이상을 넘어가고 있습니다. 신증후군과 같은 신장 질환으로 입원하게 되면 병원의 영양사가 상세하게 설명해 주겠지만, 보통 하루 1,200mg 정도 나트륨을 섭취하면 된다고 합니다. 범위를 최대한으로 잡더라도 WHO의 하루 권장 나트륨인 2,000mg를 넘어가면 안되겠죠. 물론 병의 상태와 사람에 따라서 저염식이냐 무염식이냐의 판단은 각자의 몫입니다.
식품 |
중량(g) |
어림치 |
소금 |
1 |
1/4 작은술 |
간장 |
5 |
1 작은술 |
된장,고추장 |
10 |
2 작은술 |
우스타소스 |
10 |
2 작은술 |
토마토케찹 |
30 |
2 큰술 |
마가린,버터 |
30 |
2 큰술 |
마요네즈 |
40 |
2.5 큰술 |
치즈 |
30 |
1.5 장 |
다시멸치 |
14 |
10 마리 |
배추김치 |
30 |
3쪽 |
단무지 |
30 |
3쪽 |
햄,소세지 |
50 |
3쪽 |
다음은 소금 1g에 해당하는 염분량입니다. 보시다시피 소금은 다른 식품하고 비교했을 때 질량에 대비해서 엄청난 양의 염분을 함유하고 있는 것을 알 수가 있죠. 보통 하루 세 끼를 먹는다고 봤을 때 한 끼에 소금 1g씩 맞춰서 먹게되면 하루 소금량을 3g 미만으로 조절해서 먹을 수가 있습니다. 소금 1g은 나트륨 400mg라고 한다면, 나트륨 량을 하루 1,200mg 미만으로 조절할 수가 있는 것이죠. 저같은 경우는 현재 굉장히 보수적으로 나트륨 량을 조절해서 먹고 있습니다. 음식에 소금은 아예 쓰지를 않고 간장도 거의 넣지를 않습니다. 가끔 찌개를 끓일 때 된장으로 간을 맞추고는 하지만 2인분 정도의 양에 1 작은술 정도만 넣고 있습니다. 김치는 어쩔 수 없이 끊게 되었구요. (한국인이 김치를 못 먹으니 참 답답하고 먹을 음식이 없군요 ㅠ)
소금이나 간장을 쓰지 않고 어떻게 요리해 먹을 수 있는지 처음에는 참 막막할 것입니다. 근데 저염식으로 책도 찾아보고 연구도 해보니 어느 정도 노하우가 생기더군요. 소금 대신 설탕이나 식초를 사용해서 새콤달콤한 맛을 만들어 먹을 수 있습니다. 주로 생채나 샐러드를 만들어 먹으면 괜찮더군요.
그리고 국을 끓일 때 된장은 정말 조금 넣고 매운 청양고추를 이용해서 칼칼하게 만들어 먹으면 싱겁지 않고 맛있게 먹을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매실 액기스 이 녀석이 숨은 복병이더군요. 설탕 대용으로 매실 액기스를 쓰면 맛도 좋고 건강에도 좋으니 일석이조입니다.
저염식·저단백을 기반으로 소금과 같은 조미료를 적게 쓰다 보니 자연히 채식 위주의 식단을 하게 되더군요. 또한 채소나 과일 같은 순수 자연 음식으로 맛을 내려고 하니 미각도 더욱 예민해지는 것 같습니다. 소금을 쓰지 않고 맛을 내려고 하다보니 마늘,양파,파,깨,생강,겨자,고추,후추와 같은 향신료에 더욱 의지하게 되구요. 집밥 백선생에도 나왔지만 볶음 요리를 할 때 양파를 색깔이 변할 때까지 오랫동안 볶아주면 향이 더욱 강해지면서 고소하면서 단맛이 진해집니다. 그리고 들기름으로 채소를 볶은 다음 육수를 끓여서 찌개를 만들어 먹을 수도 있구요.
짧은 기간이지만 저염식을 하면서 느낀 점은 싱겁게 먹으니 확실히 건강에는 좋습니다. 일단 식후에 속이 편하구요. 또한 염분 섭취를 하지 않으니 운동을 안해도 지방이 거의 붙지를 않습니다. 몸소 체험해 보니 저염식이 다이어트 효과에 탁월한 것은 확실하더군요. 하지만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는 법. 나트륨을 섭취하지 않고 단백질을 제한하다 보니 몸에 힘이 없습니다. 원래 '많이 먹고 많이 움직이자는 주의'였는데 많이 움직이고 싶어도 예전만큼의 체력이 나오지를 않는군요.
신증후군이라는 녀석이 접근하는 순간 그 전의 친했던 음식들과는 절교를 선언할 수 밖에 없는데요. 요즘따라 햄버거,피자,라면,통닭 등 기름기 많고 칼로리 높은 음식들이 땡겨서 죽겠네요. 지금은 신증후군과 동고동락할 수 밖에 처지이지만 언젠가는 절교까지는 불가능하더라도 각방 정도는 쓸 수 있는 단계까지 갔으면 좋겠네요. 저와 같은 병명의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일단은 재발 방지를 최우선의 과제로 삼아야 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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