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의 살인범을 쫓는 여성 추리소설 작가의 고군분투를 다룬 본격 추리소설
"난 소심하거든."
내가 기억하는 그의 마지막 말이다.
나의 애인이 살해당했다. 그리고 그의 유품 중에서 중요한 자료를 도둑맞았다.
여성 추리소설 작가인 나는 담당 편집자이자 친구인 후유코의 도움을 받아 사건의 진상해명에 나선다.
애인의 죽음은 1년 전 그가 떠났던 요트 여행과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에 관련된 사람들을 조사하지만 접촉한 사람들은 하나둘씩 죽게 되는데...
결말에는 누구도 상상 못한 놀라운 반전이 준비되어 있다.
<11문자 살인사건>의 주인공은 여성 추리소설 작가이다. 어느날, 애인이 누군가에게 처참하게 살해되어 시체로 발견된다. 주인공은 친구이기도 한 출판사 편집 담당자와 함께 사건의 진상을 알아보기로 결심하고, 우연히 밝혀낸 단서 하나로 조금씩 사건에 접근한다. 그리고 마침내 애인의 죽음이 1년 전, 그가 떠났던 요트 여행과 거기서 비롯된 사고와 관련되어 있음을 알아내고 새 단서를 찾아내지만 곧 난국에 부딪히는 과정을 되풀이하며 조금씩 사건의 진실에 가까워진다.
개인적인 소감을 말하자면, 읽으면서 범인을 어느정도 추리했었는데 역시나 그 인물이었다. 추리소설이나 만화를 좋아하고 많이 접하는 나로서는 이 소설은 상당히 전형적인 패턴이었다고나 할까? 옮긴이의 말에 따르면 이 작품이 1987년에 출판되었다고 하는데, 1980~1990년대에 이런 형식이 일본에서 굉장히 유행했다고 한다. 정통 추리소설, 즉 독자들이 주인공의 사건 해결 과정을 지켜보는 형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뿐만 아니라 다른 독자들도 주인공과 같이 사건을 추리하면서 큰 어려움 없이 범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가치관의 충돌에서 빚어진 비극
이 작품은 가치관의 충돌에서 빚어진 비극을 다루고 있다. 어떤 집단이 '선'이라고 생각하는 가치가 진정 옳은 것이냐는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추리소설이 선악의 구분이 분명한 반면 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상황은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선이 될 수도, 악이 될 수도 있다.
작가는 "모두가 받아 들일 수 있는 최선이 있을 수 있느냐?"는 질문을 던진다. 살해된 사람도, 복수를 감행한 사람도, 그 과정을 지켜봐야 했던 사람도, 나름 자신이 믿는 가치관 안에서 최선을 다했고 행동했을 뿐이다.
범인은 그 인물이지만, 뒷맛이 달지 않은 씁쓸한 결말이었다. 1년 전, 요트 여행에서 죽은 애인인 다케모토 유키히로의 복수를 위해서라지만, 과연 1년 전 그와 같은 상황에서 다케모토의 행동은 과연 '선'이었는지, 그리고 주위의 관계자들의 행동은 반드시 '악' 이라고만 단정 지을 수 있는지... 범인과 다케모토 그리고 요트 여행의 관계자들은 각자가 '선'이라고 믿고 있는 가치관에 따라서 판단하고 행동했을 뿐이지만, 그 가치관들이 충돌했을 때에 어떤 비극들이 일어날 수 있는지,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 소설을 통해서 말하고 싶은게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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